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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배운 감정

파벨만스 (The Fabelmans) 영화의 모든 순간과 사랑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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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등급 드라마 / 12세 관람가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각본 스티븐 스필버그
토니 쿠슈너
출연 미셸 윌리엄스
폴 다노
세스 로건
가브리엘 라벨
주드 허쉬
상영 시간 151분 (2시간 30분 44초)

파벨만스 (The Fabelmans) 

스티븐 스필버그의 어린 시절,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영화 파벨만스를 보면 감독의 유년 시절 일기장을 훔쳐보는 기분이 든다. 상업적인 계산을 모두 내려놓고 그 시절 추억을 그대로 담아낸 영화를 보고 나면 인간과 인생에 대한 잔잔한 울림을 느낄 수 있다. 수익성을 포기한 만큼 상영관이 많지 않아서 일부러 찾아서 보지 않으면 접하기 힘든 영화지만, 영화계의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가 어떻게 위대한 감독으로 자라날 수 있었는지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줄거리

1952년 1월, 새미는 부모님과 함께 극장에서 "지상 최대의 쇼"(세실 B. 드밀 감독)라는 영화를 본다. 기차가 충돌하는 장면을 인상 깊게 본 새미는, 하누카(유대인 축제) 선물로 모형 기차를 요청한다. 새미는 밤에 몰래 기차를 충돌시키며 놀다가 부모님께 들키고, 새미의 마음을 읽은 엄마의 도움으로 기차의 충돌 장면을 카메라로 찍을 수 있게 되었다.

10대 청소년이 된 새미는 보이스카우트 친구들과 함께 전쟁영화를 촬영한다. 자기가 봐도 총격씬이 너무 가짜티가 났는데, 필름에 구멍을 뚫는 방식으로 총격 장면에 생동감을 더해 주변 사람들을 놀래킨다.

시간이 지나 아빠의 이직으로 캘리포니아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한 가족, 그곳에 있는 고등학교에 입학한 새미는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인종차별과 핍박을 받는다. 

 

파벨만스에서 보이는 엄마 미치의 모습

엄마 미치는 유망한 피아니스트였다. 한때는 촉망받는 예술가로서 미래를 꿈꿨겠지만, 지금은 세 아이의 엄마로서 한 남자의 아내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가끔 방송에서 섭외가 들어와 피아노 앞에 앉기도 하지만 이제 예술가로 성공하기에는 너무 멀리 가버렸다. 다정한 남편은 아이들과 자신을 사랑하지만, 뭔가 알맹이가 없는 기분이다. 겉으로는 부족할 것 없는 행복한 삶이지만, 본인은 웃을 일이 없어서 반려동물로 원숭이를 입양할 정도로 재미가 없다. 아이들은 매일 몰라보게 자라지만 본인은 어제도 오늘도 그대로이다. 거기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은 나도 주변인들도 종종 느끼는 부분이라 미치의 모습이 유별나보이지 않았다.

 

파벨만스에서 보이는 새미의 성장

우연한 기회로 본 영화에 큰 감명을 받고 꾸준히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면서 어린 시절부터 감독이 되기 위한 소양을 갖추게 된다. 본인이 찍고 싶은 영화와, 본인이 찍어야 하는 영상이 다른 상황을 겪으면서 그 괴리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받았을 것이고, 본인이 찍은 영상을 통해 알고 싶지 않았던 부분을 알게 되면서 충격도 받는다. 예술가로 사는 것이 얼마나 외롭고도 고통스러운 것인지.. 그런 고통의 시간을 겪었기에 이만큼 성장할 수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처음에는 있는 그대로를 영상으로 담는 기능적 성장에 충실했다면, 나중에는 본인이 의도하는 모습대로 실제를 가공해서 관중을 목적지에 끌고 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파벨만스, 영화의 모든 순간과 사랑에 빠진다

다시없을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가 본인의 기록을 손수 만들면서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을지 상상이 간다. 이동진 평론가가 파벨만스를 스티븐 스필버그의 3대 명작으로 꼽았는데, 그 깊이를 모두 이해할 수는 없지만 솔직하게 만들어낸 창작물이 가지는 가치는 다른 어떠한 픽션에도 버금간다. 흔히들 솔직함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사람이 솔직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치뤄야 할 대가가 크다. 숨기고 싶은 이야기도, 꾸며내고 싶은 욕심도 모두 버리고 담담한 자기 고백처럼 만들어낸 이 영화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휴식이 필요할 때 주인공에 이입해서 순수하게 즐길 수 있는 개인의 멋진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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