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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배운 감정

더 퍼스트 슬램덩크 The First Slam Du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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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등급 드라마 / 12세 관람가
감독 / 각본 이노우에 다케히코
더빙 번역 윤경아
성우 엄상현, 정유정, 김명준, 강수진, 신용우, 장민혁, 황창영 등
상영 시간 124분

더 퍼스트 슬램덩크

엄청난 팬덤을 가진 청춘 만화, 슬램덩크가 26년 만에 원작자인 이노우에 타케히코의 손을 거쳐 재탄생했다. 농구 만화답게 캐릭터들이 운동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장면마다 캐릭터의 움직임을 어색함 없이 잘 표현했다. 제작진들이 직접 농구를 배우고 해 보면서 현실성이 더 높아지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원작에서 치명적인 오역으로 꼽히는 몇 가지 대사가 정확한 대사로 교정되었다. 대표적인 오역 : 너희 나부랭이 같은 바스켓 상식 따윈 내게 통하지 않아. 너희는 풋내기니까! 에서 너희들 같은 굳은 농구 상식은 나한테 통하지 않는다고! 나는 완전 초짜거든!으로 매끄럽게 번역됨. 2023년 1월 초에 개봉했는데 4월 초인 지금까지도 3위를 유지하며 전국에 상영되고 있다.

 

줄거리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슬램덩크의 팬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산왕과의 마지막 경기를 세밀하게 다룬 작품이다.

원작에선 큰 비중이 없었던 송태섭(미야기 료타)의 이야기를 전면으로 내세웠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의고 의지하던 형 마저 일찍 떠나보낸 송태섭은 유년시절의 대부분을 농구계의 유망주였던 형의 그림자 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보내게 된다. 송태섭도 충분히 훌륭한 선수였지만, 형의 농구 실력이 더 좋았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엄마의 비극적인 현실에 이러쿵저러쿵 말을 보태는 사람들, 형과 송태섭을 비교하며 쑥덕거리는 사람들을 벗어나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하게 된다. 엄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농구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해서 대표팀의 자리에 오른 태섭. 결국 영화 막바지에 송태섭은 형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당당한 자신으로 우뚝 선다.

 

남겨진 가족의 슬픔

아빠의 뒤를 이어 장남인 송태섭의 형 마저 어린 나이에 머나먼 곳으로 가게 되면서, 남겨진 엄마와 동생들은 큰 상처를 입는다. 공교롭게도 형과 태섭의 생일이 같아 매년 생일 케이크를 나눠먹으며 형을 생각하게 되는데, 엄마에게 썼다 지우는 태섭의 편지 한토막은 어린 태섭의 슬픈 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 엄마는 본인보다 형을 더 사랑한다는 착각. 오빠가 살아있었으면 몇 살이었겠다고 담담하게 말하는 여동생의 말에 일순간 조용해지는 가족을 보면서 남겨진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슬픔이 얼마나 깊고 긴지를 느낄 수 있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잠시라도 함께 했던 가족이 떠난다면 십 년 후에도, 이십 년 후에도 아마 죽을 때 까지도 그 사람을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죽음이라는 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떠난 사람도 아쉬움 없이 보내줄 수 있으려면 어떤 마음 가짐을 가져야 할까 의문이 들었던 부분이다.

 

그 시절, 추억으로 떠나는 여행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만화 슬램덩크에 열광하던 세대를 그 시절 추억으로 돌려놓는다는 데 커다란 의미가 있다. 아무래도 슬램덩크를 처음 접하는 사람보다는 유년시절, 학창 시절을 슬램덩크와 함께 한 사람에게 더 큰 감동이 될 것이다. 각각의 캐릭터가 가지는 배경과 그들의 이야기를 알면서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영화도 영화지만 만화를 보면서 느꼈던 감정, 그 만화를 보던 자신의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 큰 가치를 선사한다. 누군가 적었던 감상평, 너희들은 하나도 늙지 않았구나..라는 글귀가 모든 것을 대변한다. 20여 년 전 그 시절 찬란했던 청춘 어딘가로 훌쩍 떠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타임머신, 더 퍼스트 슬램덩크.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인기를 누리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사실 노력만으로는 재능을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송태섭이 겪어왔던 현실적인 장애물과 한계에 동의하는 부분이 많았다. 인생에서 중요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처가 되는 주변 사람의 구설에 동요할 수밖에 없는 개인의 감정선도 세밀하게 그려냈기 때문에 더 주인공에게 이입되는 영화였다. 그러나 농구가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든, 자신이 원하는 길을 찾고 거기에 시간과 열정을 투자할 수 있는 용기가 참으로 멋져 보였다. 그 시절 열정, 그 시절 용기가 슬램덩크처럼 내 안에서도 부활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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